적당한 거리두기 연습
예민한 사람은 사람 사이의 미묘한 눈빛, 말투, 공기의 흐름 하나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여도 혼자만 번아웃되는 일이 자주 일어나죠.
오늘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는 법, ‘건강한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나는 왜 사람을 만나면 더 피곤할까?
예민한 사람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공감 능력이 높기 때문에
‘사람 사이의 일’에 더 많은 에너지를 씁니다.
다른 사람은 흘려보내는 말을 곱씹고, 사소한 행동에 마음이 흔들리며,
분위기나 감정의 결까지 다 받아들이려 하기 때문에 하루가 끝나면 녹초가 되어버리곤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생각, 해본 적 있으신가요?
-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인 건 아닐까?
-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뭘까?
- 오늘 내가 너무 신경 쓰는 건가?
- 나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해진 건 아닐까?
이런 질문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은 타인의 말이나 표정,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감정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관계 자체’가 피로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또한,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 타인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무리해서 상대에게 맞추다 보니 더 큰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죠.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잘해주기’가 아니라 ‘적절히 거리두기’가 핵심이 됩니다.
건강한 거리두기는 어떻게 연습할 수 있을까?
거리두기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을 밀어내는 일’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단절이나 냉정함이 아니라,
내 마음과 에너지를 지키는 방식입니다.
아래는 예민한 사람을 위한 건강한 거리두기 연습 방법입니다.
(1) 먼저 ‘경계선’ 만들기부터 시작하세요
경계선이란,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범위와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 나는 하루에 약속이 1개 이상 있으면 피곤하다
- 아침 시간엔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
- 감정적인 사람과 대화를 오래 하면 지친다
이런 ‘나의 특성’을 파악하고 주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거리두기의 첫 걸음입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오늘은 몸이 좀 피곤해서 조용히 있고 싶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서 연락은 잠시 미룰게”
와 같은 표현을 연습해보세요.
이것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관계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연습입니다.
(2) 불편한 사람과는 ‘심리적 거리’부터 조절하기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는 없습니다.
불편한 사람과 굳이 친밀하게 지내려 하면,
그 억지로 인해 에너지가 계속 새어나갑니다.
대면 횟수를 줄이거나, 연락 빈도를 줄이는 것도 방법입니다.
심지어 가까운 사이일수록
물리적 거리보다 심리적 거리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어요.
“싫은 건 아니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길면 피곤해진다”는 감각을 존중해야 합니다.
(3) 침묵과 혼자 있는 시간을 ‘회복의 시간’으로 만들기
사람을 만난 후 피곤할 땐, 그냥 쉬는 걸로 끝내지 마세요.
‘왜 내가 피곤했는가’, ‘어떤 상황에서 감정이 무너졌는가’를 정리하면서
그 만남 이후의 시간을 ‘나를 위한 회복의 시간’으로 채워야 합니다.
혼자 카페에 앉아 조용히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의 감정을 글로 정리하거나,
산책하면서 생각을 비우는 시간은
거리두기 이상의 회복을 가져다줍니다.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도 나를 지키는 법
예민한 사람들은 관계에 진심이기 때문에
거리를 두는 일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거리를 두는 건 사람을 밀어내는 일이 아니라,
내가 나로 살기 위해 필요한 선택입니다.
아래는 사람과의 적절한 거리 유지를 돕는 몇 가지 팁입니다.
(1) 약속을 먼저 잡지 말고 여지를 남기기
- “그날은 아직 모르겠어. 상태 봐서 이야기할게.”
- “괜찮으면 그날쯤 보자.”
이런 식으로 자신의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해요.
(2) 나에게 익숙한 사람일수록 거리 조정이 더 필요하다
- 가족, 연인, 친구 등 가까운 사람일수록 ‘서로 너무 당연하게 기대거나 섞이는’ 경향이 생깁니다.
- 오히려 이들과의 관계에서 ‘거리를 조정하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이 우선일 수 있어요.
(3) 거리두기 후의 불안한 감정을 받아들이기
- 거리를 뒀을 때 오는 미안함, 외로움, 불편함은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 “내가 잘못한 걸까?”라는 감정보다 “지금 이 거리감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판단에 집중해보세요.
(4) ‘혼자 있는 시간’에 죄책감 갖지 않기
- 혼자 있는 시간은 예민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 “나는 왜 이렇게 자꾸 혼자가 필요하지?”라는 자책보다
“이 시간 덕분에 내일도 타인에게 잘할 수 있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세요.
예민한 사람은 관계 안에서도,
심지어 혼자 있을 때조차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쉽게 피로해지고, 스스로를 탓하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피하지 않고 거리를 조절하며
‘나를 지키는 방식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익힌다면,
인간관계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닌
안정된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HSP와 비HSP의 갈등 – 나를 이해시키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