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이해시키는 방법
예민한 사람은 늘 ‘너무 예민하다’, ‘생각이 많다’, ‘예민해서 피곤하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성격 문제가 아니라 타고난 감각처리 방식의 차이입니다.오늘은 서로 다른 기질이 부딪힐 때 어떻게 오해를 줄이고, 자신을 이해시키는 대화를 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봅니다.
왜 나만 예민하다는 말을 들을까? – 감각처리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
예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느끼는 깊이’와 ‘자극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HSP는 감정, 환경, 인간관계에서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그 정보를 오래도록 마음에 머금는 반면,
비HSP는 자극을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흘려보냅니다.
이 차이는 다음과 같은 일상에서 갈등을 유발합니다.
- 같은 말이라도 HSP는 ‘감정의 뉘앙스’까지 민감하게 느껴 상처를 받음
- 사람 많은 자리에 다녀오면 혼자 쉬어야 하는데, 비HSP는 왜 피곤한지 이해 못함
- 사소한 일에도 고민을 오래 하고,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답답함을 유발
- 갈등 상황에서도 HSP는 말을 아끼고 돌아보지만, 비HSP는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끝내려 함
비HSP 입장에서 HSP는 ‘예민하고, 피곤하고, 말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HSP 입장에서는 비HSP가 ‘둔감하고, 무례하고, 너무 직접적인 사람’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충돌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감각의 차이에서 오는 것입니다.
나를 이해시키는 대화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갈등을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오해는 더 깊어집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피하지 않되, 방식은 부드럽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민한 사람도 자신을 설명할 수 있어야,
상대가 이해하고 존중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특성’을 설명하자
예를 들어 “나 지금 너무 힘들어”보다
“나는 감정이나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사람 많은 자리를 다녀오면 좀 지쳐”
같은 방식이 훨씬 설득력 있습니다.
또는
“내가 너무 예민해서 미안해” 대신
“나는 정보나 말에 반응이 빠르고 깊은 편이라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
라고 말해보세요. 상대가 ‘이건 성격이 아니라 기질의 차이’임을 인식하기 쉬워집니다.
(2) 비교 대신 구체적인 예시로 대화하기
“넌 너무 둔감해”라는 표현은 방어심만 자극합니다.
대신 “그날 너가 무심코 한 말이 며칠 동안 자꾸 생각나더라”
처럼 자신의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상대도 열린 마음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화는 가능하면 감정이 진정된 후에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이 격할 땐 누구도 서로를 받아들일 여유가 없습니다.
(3) “이해해줬으면 좋겠어”보다 “이런 방식이 편해”
상대에게 이해나 공감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나는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해주면 정말 고마워”
같은 식으로 구체적인 요청을 하는 것이 실용적입니다.
예시)
- “내가 말이 없을 땐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는 중이야.”
- “급하게 결정 내리기보단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주면 더 좋겠어.”
- “갑자기 말 거는 것보다 살짝 신호를 주고 시작해주면 덜 부담돼.”
상대방이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표현된 나의 경계와 리듬은 관계의 기준이 되어줍니다.
기질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는 방법
갈등을 피할 수는 없지만,
기질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면 갈등은 깊어짐이 아닌 성장을 위한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1) 상대가 나처럼 느끼지 않는다고 틀린 건 아니다
예민한 사람은 “왜 나만 이렇게 힘들까?” “왜 아무도 안 힘들지?”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다른 감각 체계를 가졌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쉽게 넘기는 일을 내가 오래 붙잡는다고 해서
그게 잘못된 건 아니고, 상대가 틀린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건 감정의 다양성입니다.
다르게 느끼는 것에 대해 설명하고, 받아들이고, 존중받는 법을 익히는 것이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사람들의 공존 방식입니다.
(2) 서로를 가르치려 하지 말고 관찰하자
“왜 이렇게 예민해?” “왜 그렇게 둔해?”는
서로를 멀어지게 만드는 말입니다.
관계 안에서 나와 상대의 리듬이 어떻게 다른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 A는 갈등이 생기면 바로 말하고 끝내야 편하다
- B는 시간이 좀 필요하고 정리된 후에야 말할 수 있다
이런 정보는 ‘갈등 회피’가 아니라 ‘갈등 조율’의 기준이 됩니다.
(3) 같은 속도로 가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종종 관계가 ‘같은 속도로 나아가야 좋은 관계’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HSP와 비HSP는 애초에 리듬 자체가 다릅니다.
한 사람은 바로 말하고, 한 사람은 하루 이틀을 곱씹고,
한 사람은 쉽게 잊고, 한 사람은 기억에 남는 것.
이 모든 차이를 인정할 수 있을 때, 관계는 더 편안해집니다.
HSP와 비HSP의 갈등은 흔하지만,
그 갈등을 다루는 방식에 따라 관계는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바꾸지 않아도, 다르게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수 있는 존재니까요.
나를 이해시키는 방법은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의 구조를 차분히 설명하고,
그 감정을 존중받을 수 있는 ‘방식’을 만드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예민한 사람의 일과 회복 – 일하는 방식 다시 만들기〉라는 주제로
직장에서 번아웃되지 않고 자신만의 리듬을 유지하는 방법을 다뤄보겠습니다.